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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도 탄저병이 있다
동물은 세균, 식물은 곰팡이로 생겨
글 | 장석원 · 미국 매사추세츠대 식물토양곤충과학과 박사후연구원
지난 2001년 10월 미국에서 탄저병균이 들어있는 우편물이 처음 발견된 뒤 전 세계가 테러 공포에 휩싸였다. 미국 당국은 지난해 8월까지 탄저병균 테러로 미국에서 총 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탄저(炭疽)라는 이름은 병의 증상이 검게 움푹 들어가기 때문에 지어졌으며, 영명으로는 까맣게 썩기 때문에 ‘석탄’을 뜻하는 그리스어 ‘anthrakis’에서 유래했다.
탄저병균에 감염된 사람은 처음에는 고열과 기침 등 감기 증세를 보이다 호흡 곤란과 오한으로 진행된 뒤 심할 경우 혼수상태와 정신착란증을 일으킨다. 병원균이 환자의 가슴까지 침투하면 조직 세포를 파괴하는 독소가 생성돼 발병 1~2일 만에 사망한다. 일단 사람이 탄저병에 걸리면 치사율이 70~80%에 이른다.
역설적이게도 탄저병은 세균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탄저병균이 문헌에 처음 등장한 것은 기원전 1500년경. 수 세기가 지난 1850년에야 병에 걸린 양의 혈액 속에서 탄저병균이 발견됐다. 프랑스의 코흐는 1876년에 탄저병균의 순수배양에 성공한 뒤 동물 실험을 통해 탄저병균이 탄저병의 원인균임을 입증하였다. 그리고 1800년대 파스퇴르가 이 질환에 대한 최초의 동물 백신을 만들었다. 이러한 일련의 연구결과들은 근대 세균학 및 면역학의 기초가 됐다.
인간의 그것처럼 치명적이진 않지만 식물에도 탄저병이 있다. 식물의 탄저병은 인간의 탄저병과는 달리 콜레토트리쿰(genus Colletotrichum)이란 곰팡이에 의해 일어난다.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식물이 그 병원균에 의해 피해를 입는다. 식물 탄저병균은 잎, 줄기, 과일, 꽃 등 부위를 가리지 않고 파괴한다. 우리나라 음식에 빼놓을 수 없는 양념 채소인 고추, 여름철 과일인 수박 등 가지과와 박과 작물에서 특히 심하다. 가장 피해가 심한 작물 중 하나인 박과류 열매에서 그 증상을 살펴보자.
탄저병에 걸린 식물은 열매 껍질에 암갈색의 작은 반점이 생겼다가 그것이 차츰 명확해지면서 원형으로 넓어져 가운데가 움푹하게 꺼진다. 자세히 관찰하면 반점에 동심원상의 작은 무늬를 볼 수 있다. 반점의 주위는 암갈색, 중앙은 적갈색으로 작고 검은 점이 되어 그 표면에 담홍색의 분생포자를 만든다. 보통 열매가 다 자란 후부터 수확까지 병에 걸린다.
그러면 식물은 어떤 경로를 거쳐 탄저병에 걸릴까. 식물 탄저병은 동물 탄저병과 달리 주로 접촉에 의해 식물체를 감염한다. 병든 식물에 붙어서 겨울을 난 병원균은 포자를 만든다. 바람에 날리거나 빗물에 튄 포자들은 다른 식물의 잎이나 과일 등에 붙어 침입한 뒤 병을 일으킨다. 종자표면에 부착된 채 어린 묘에 병을 일으키니 종자전염이라 할만하다. 따라서 종자소독은 탄저병을 피하기 위한 첫 걸음이다. 병 발생을 위한 최적온도는 25℃ 내외로 특히 장마기간에 심하다.
인간 탄저병 테러에 대처하기 위해 세계의 여러 실험실이 백신 만들기에 바쁜 것처럼 식물 탄저병에 대처하기 위해 저항성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완전한 저항성을 가진 품종은 아직 없으나 시판중인 저항성 품종을 심는 것만으로도 병에 의한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식물의 탄저병은 인간의 그것과 달리 발병 몇 일만에 환자가 죽음에 이르지 않으니 병 발생을 확인하고도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농약공업협회가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살균제를 제시했으니 탄저병이 발생하면 그 기준을 준수해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생육기에 영양원(질소)을 과하게 주지 말고 식물체를 강하게 키우는 것은 탄저병뿐만이 아니라 모든 질병과의 싸움에 대비하는 길임을 잊지 말자.
참고 문헌
Freeman, S. , Katan, T., and Ezra Shabi. 1998. Characterization of Colletotrichum species responsible for anthracnose diseases of various fruits. Plant Dis. 82:596-605.
George N. Agrios. 1998. 식물병리학. 제 4판. (고영진 등 번역, 월드사이언스)
황병국. 1995. 식물 의학. 탐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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